숙이고 물을 때
지난주에 난방공사를 앞두고 한 주 전에 긴급하게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신협에 대출을 받기로 했습니다. 서류를 다 준비하고 준비위원들이 인감도장으로 날인을 하고 저도 날인을 했습니다. 이제 다음날이면 신협에 가서 서류를 쓰면 되는 날이었습니다. 인감도장을 잘 챙긴다고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넣어서 잊지도 잃지도 않게 보관했습니다. 그리고 몇 가지 일을 더 했습니다.
다음날 아침 계약을 하러가야 할 시간이 1시간정도 남아서 다시 한 번 준비물을 챙기는데,
‘어......?’ 인감도장이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없었습니다.
‘이상한데...... 이 바지가 아닌가?’ 다시 집으로 가서 다른 바지, 다른 윗도리 이 옷 저 옷을 뒤졌지만,
‘없다!!!’
목양실도 이 곳 저 곳을 살펴 보았습니다.
‘아... 다른 데는 간 데가 없는데... 이제 30분 남았다.’
그때 요즘 공부 중인 새로운 삶 교재 내용이 떠 오르고, 나의 의가 아니라 성령님이 주인 되신 삶에 대한 지난 설교내용이 잠시 떠올랐습니다. ‘인감도장 찾아달라고 기도해도 되나?’ 이런 마음이 들었지만 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. 그래서 목양실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서, 목양실 책상 맞은편에 엉거주춤 선채로 두 팔로 책상을 잡고 ‘좀 제 모습이 우습지만... 성령님 인감도장이 어디 갔을까요?’ 이렇게 두 번 마음으로 이야기 했습니다. 그리고 쑥스러움과 평안한 마음을 가지고, 그 자세 그대로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. 그런데 쇼파의 방석과 방석 사이에 움푹 파인 곳 “옆에” 방석 밑에 도장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. 차라리 움푹 파인 곳에 있었다면 보였을 텐데 사각지대에 있어서 제가 그냥 몸을 세워서 활동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.
‘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 닥쳐오는 한계의 때가, 내가 몸을 숙이고 성령님께 물을 때가 아닐까’ 생각하며 신협으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.